이강화 개인전 Plain painting 2022, 2.18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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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화 개인전 Plain painting
2022. 2. 18 ~ 5. 29
이번 전시는 이상원미술관이 보유한 대표작과 함께 최근 2~3년 동안 선보인 이강화 작가의 신작을 함께 전시한다.
전시 작품은 가로 길이 3m가 넘는 대작 위주이다.
Plain Painting이라는 전시 제목은 이강화 작가가 회화의 기교와 재료로 인한 효과를 내려놓음으로써 평범해 보이는 소재와 기법을 통해 더욱 보편적인 정서와 감성의 세계를 추구하고자 하는 의도를 나타낸다.
이강화 작가에 따르면 초등학교 2,3학년 때부터이니 50여 년 그림을 그려오고 있다고 했다. 화가는 끊임없이 작품을 제작하고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이 있다. 지켜보는 사람들은 화가의 작품에서 명백하게 기법이나 소재, 재료가 바뀌지 않으면 비슷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는 것처럼 여긴다. 그러나 화가는 그런 와중에도 회화의 여정을 지나고 있는 것이다. 간혹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정말 멈추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무엇을 그리고 있다면 그는 길 위에 있는 것과 같다.
이강화 작가가 그려온 작품의 소재는 소박하고 아름답고 풋풋한 자연의 일부이다. 캔버스 또는 철판이나 나무로 만들어진 오래된 기물위에 표현된 꽃, 풀, 나무 등은 다양한 재료의 혼합으로 인해 화면위에서 드라마틱한 효과를 드러내곤 했다. 한 화면 안에서 다양한 질감과 밀도의 변화가 교차하여 그야말로 보는 맛이 있는 회화라고 할 수 있었다. 거친 표면, 물감의 두께로 인한 중량감, 적당히 생략되어 추상화된 요소. 이러한 것들이 익숙한 소재에서 오는 안온함을 깨고 자극과 쾌감을 선사했던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요소는 여전히 작품에 등장한다. 그러나 이제까지와는 결이 조금 다른 최근 작업을 통해 그의 회화의 여정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특별하고 독창적이고자 하는 것이 예술의 충동이라면 최근의 작품에서 드러나는 이강화 작가의 회화의 여정은 그것과는 반대로 가는 것처럼 보인다. 작가만의 특징을 드러내는 방법을 더욱 강조하는 편을 선택할 법도 한데, 작가는 오히려 평범한 세계와 평범한 감정을 작품에 녹여내고자 하였다. 변화를 보인 작품은 그가 언급한 대로 ‘키치아트’라고 일컬을 수 있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의 일반화 된 화면처럼 보인다. 캔버스에 유화물감만을 사용함으로써 이전 작품에서 보이던 변화무쌍한 마티에르가 주는 쾌감도 사라졌다. 바닷가의 석양과 햇살이 물위에 비치는 반사광, 물보라가 번진 폭포, 언덕 위의 나무와 하늘. 있는 그대로의 풍경이 표현된 그림은 어디선가 한번은 보았음직한 양식화된 그림처럼 제시되었다. 이러한 작품들을 제작하면서 작가는 어느 때보다도 물감과 붓과 나이프, 오일과 캔버스 표면의 맨살을 밀착하여 경험하고 있었다. 다른 예술가와는 구별되는 이강화 작가만의 독창적인 표현에 대한 갈망, 보통사람들과는 차별화되는 예술가 내면의 감성이나 관점에 대한 인정욕구, 역사를 거쳐 존재했던 수 천, 수 만 명의 화가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강박을 한 편에 내려놓고 평범한 일상을 또박또박 적어 내려가듯이 그려간 것이다.
질감의 강조와 재료의 다양성에서 비롯되는 회화적인 효과를 멈추고 소재와 표현 기법에서의 평범함을 선택했을 때, 그는 예술가로서 자신과 자신의 회화를 더 넓은 세계로 놓아준 것은 아니었을까? 이강화 작가는 자연을 접할 때 느끼는 자신의 감성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느끼는 그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품 속에 오로지 자연에 대해 느꼈던 경험 자체-공기, 감각, 정서-를 담기를 갈망한다고 했다. 눈을 즐겁게 하는 회화적 효과를 배제한 채 그가 선택한 방법은 이것이다. 최소한의 의도와 최소한의 기교만을 담아 많이 그리고 많이 지워내는 것. 대략적인 풍경의 구도를 선택한 후 세부적인 디테일은 넘겨보는 대신 자신이 경험한 감성을 떠올리며 느낌을 붓과 나이프에 실어서 그 때 그 순간의 생생함이 살아날 때 까지 반복적인 그리기과 지우기를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작가 자신은 회화의 기쁨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창성과 보편성은 어떤 수준까지는 서로 대립하는 특성으로 작용한다. 두 요소를 조화롭게 겸비하기 위해서는 ‘깊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그 깊이에 도달하기 위해 기존의 문법을 버리기도 하고 욕망을 내려놓아야 할 수도 있다. 이강화 작가가 맞이한 최근의 회화의 여정은 어떤 변화의 서막을 여는 것으로 보인다. 변화의 진상은 앞으로의 작품 속에서 뚜렷해 질 것이다. 현재의 상태에 대해 작가만의 독특함이 사라진 것이라 판단할 수도 있고, 잠시 동안 사라진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다. 변화는 작가가 자신을 보편에 내맡김으로써 고유한 자신의 세계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떨친 순간에 시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지금 작가는 회화를 투쟁과 성취의 장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변화의 계기와 과정을 둘러싼 긍정적인 징후를 목격하며 그의 회화가 평범하면서도 소중한 순간을 담은 진실한 회화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