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미술관








변대용개인전 Being inside 2020. 1.1 ~ 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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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미술관 기획 변대용전

Being inside 내면풍경

2020.1.1~6.28 

 

 

 

2020년 첫 번째 기획한 전시는 변대용 작가의 입체 설치 전시입니다.

변대용 작가는 Polar bear외에 다양한 동물 입체 설치 작품을 통해 사회와 관계, 욕망과 결핍에 대해 풍자적인 접근을 해왔습니다.

이번 이상원미술관에서 기획한 전시는 2019년 상반기에 부산에서 1차 선보였던 최근작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기존의 외부세계를 다룬 재기발랄한 작품과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이번 전시는 작가가 탐구하고 경험한 내면세계와 자기 자신에 대한 독백입니다.

바둑돌의 백과 흑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인물상, 날개를 접고 앉아 있는 푸른몸의 인물은 깊은 고독 속에서 작가가 만난 자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은 소년의 형태를 하고 있는 인물이어서 여리한 느낌을 가지고 있지만 반면 단단하게 느껴지는 표면처리와 단순하고 명료한 분위기로 인해 불안한 성장기를 거쳐 맑고 강인해진 실존을 연상시킵니다.

명상에 잠긴 듯한 거대한 두상과 점점 고요속으로 침잠하는 듯한 설치 작품들 속을 거닐다보면 변대용 작가의 이미지를 빌어 관람객도 자신의 심연으로 초대될 수 있을 것입니다.

 

 

내부와 외부

고요하고 고요한 serene silence', '고요한 공기 serene air' 작품을 접하면서 어떤 의심도 하지 않고 작가가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갔다고 확신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해서 더욱 그렇다.

흔히 사람은 자신을 중심으로 하여 자신의 바깥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외부로 인식하고 자신의 마음, 즉 생각이나 느낌의 활동을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로 간주한다.

그러나 외부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것들이 사실은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주장하는 이론도 있으며, 모든 일이 전부 내부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더라도 외부에 존재하는 상황들을 내면에서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외부상황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같은 풍경 앞에 선 두 사람에게 지각되는 상황이 똑같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석양을 보면서 달콤하고 편안한 정서를 경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곧 다가올 소멸에 대한 슬픔을 경험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

외부라고 칭해지는 객관적인 상황에 대해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의 수만큼 다른 주관적인 인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인식하는 것을 실재 존재한다고 느끼는데 그렇다면 객관적인 상황이라는 것은 엄밀하게 따지면 빈틈이 많은 개념이다. 인식하는 개인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주관적인 상황이야말로 우리에게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고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인간의 의식을 중심으로 한 주관과 객관 즉 내부와 외부의 구분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자세히 살펴보면 어디부터가 외부이고 어디까지가 내부인지 명확하게 밝힐 수 없다는 사실에 도달한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물음이기도 하거니와 한편 세계는 어떻게 이루어져있는가와 긴밀히 연결되어있다.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멈출 때

인간의 내면과 외적 상황의 관계가 간단치 않음을 인정하더라도 확실히 변대용 작가의 이번작품은 그의 다른 작품들과 비교하여 명확하게 차이 나는 지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내적 고백이라고 할 수 있는 이번 작업에 대해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멈출 때라고 표현해 보았다.

그동안 변대용 작가는 가족 안에서의 경험, 사회 현상을 접하면서 알게 된 사실을 작품의 기초로 삼아 그만의 상상과 해석을 덧입힌 작품들을 제작해왔다. 작품들은 알쏭달쏭한 이야기를 품고 있었고 작품을 보는 사람의 해석에 따라 유머러스하게 받아들이거나 사건 이면을 예리하게 통찰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풍자 혹은 알레고리라는 단어가 그의 작품을 설명할 수 있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작품에서는 입을 다물어버린 작가가 떠오른다. 이야기가 멈추고 침묵이 그 자리를 메웠다. 작가가 만든 형상은 여전히 아름답지만 시각적, 촉각적 쾌감보다 먼저 다가오는 것은 침묵의 무게이다. 이야기를 따라갈 때의 이성의 작용도 잠시 꺼두게 된다. 젊은 사람의 형상이 작품에 전면적으로 등장하는데, <고요하고 고요한>이라는 작품은 모두 같은 형상의 사람이 상반신에서 시작하여 서서히 전시장 바닥으로 침잠하여 마침내 두상의 일부만 남겨진 것까지 7개의 덩어리로 되어있다.

작품 <고요한 공기>는 거대한 두상과 두상을 둘러싼 푸른색 타원형의 띠로 이루어져있고, 같은 제목의 또 다른 작품은 푸른색 몸체에 날개가 달린 어린 사내가 앉아있는 모습이다. 인물의 표정은 잠잠하고 동세도 없다. 자소상이라고 유추할 수 있는 이 인물들은 작품 제작에 앞서 혼자만의 시간에 몰입한 작가의 내면에서 경험한 내용을 형상화한 것이다.

작품은 평균적인 인체를 기준으로 할 때 가로 폭이 좁게 변형 되어있다. 따라서 어느 방향에서 보면 세로가 길게 느껴진다. 굳이 방향성을 읽어내자면 수직적인 지향을 느낄 수 있다. 수직은 초월이나 침잠의 방향이고 수평은 양적이거나 다양성의 개념과 맞닿아있다. 우리가 흔히 내면을 바라본다고 할 때 내면에는 물리적인 크기나 길이가 있을 리 없지만 자연스럽게 깊이 들어간다는 표현을 한다. 변대용 작가의 거대한 인물상에서 얻을 수 있는 시각, 공간적인 정보는 충분히 깊고, 고요하다. 그리고 아무것도 지시하지 않는다.

형상을 지어내는 미술은 무언가를 외부로 표현하는 활동이다. 물리적인 상징물 또는 특정 분위기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 시공간적 활동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이나 감정이라는 비시각적인 영역을 표현한다는 것이 예술의 역설이다. 이번 작품이 변대용 작가가 자신의 내면에 집중했을 때의 형상화했다고 해석한다면 앞으로도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야기를 보여줄 작가에게 더 깊은 신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가 다채로운 이야기 못지않은 묵직한 침묵으로 의식의 균형을 잡아나가는 사람이라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 존재에 대해 내부와 외부, 이야기와 침묵이라는 이분법적인 구분이 언제나 진리는 아니지만 필요에 따라서 우리는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검은 곳, 내면으로 철저하게 들어가 봐야 할 때가 있다는 것이다.

 

고요의 힘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든다는 것은 예술가가 지닌 황홀하면서도 무거운 책무이다. 창작의 방법으로 변대용 작가는 꿈을 기억하여 메모한 후 작품의 모티브로 쓰기를 즐겨하였다. 꿈은 인간의 무의식이 꿈속의 상징을 통해 의식으로 떠오르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 상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답이 없다. 꿈이나 예술은 정답을 요구하는 영역이 아니다. 일종의 신비라고 할 수 있는 이 영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 대한 진실을 일깨워준다. 논리를 넘어선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감성, 직관, 통찰 등을 불러 일으키며 구체적인 선택과 행동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고요하고 고요한, 이번 작품을 부산에서 첫 번째로 발표할 때 변대용 작가가 지은 전시 제목이다. 고요함이라는 상태에 대해 작가가 각별하게 의미부여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디어를 넘어선 창작의 에너지, 영감의 원천과 연결되었으리라고 유추할 수 있다.

이야기꾼이 이야기를 잠시 멈춘 후 다시 시작되는 이야기는 점점 더 진실에 다가서는 힘을 지니게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그것이 참된 고요의 힘이고 이번 작품을 통해 힐끗 내비쳐진 존재(being)의 진면목에 다가서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원미술관 학예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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