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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미술관#쓸데없이아이처럼2정정엽<나의 작업실 변천사1985-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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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미술관 관객 참여 전시 #쓸데없이아이처럼 2 with 정정엽 

<나의 작업실 변천사1985-2017>

2018. 6. 26 ~ 9.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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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정엽<나의 작업실 변천사 1985~2017>와 관객참여전시

#쓸데없는 아이처럼 <나의 집 변천사>

 

미술의 무력함

아이를 거실에 앉혀놓고 뒤돌아 작업

한참 뒤 돌아보니 입속에 우물우물

꺼내보니 카맣던 지우개 하얗게 변해있다

작업복에 정쟁중지를 써서 일 년 동안 걸어 놓는다

캔바스 10030개를 둘 곳 없음

먼 곳의 이야기와 내 안의 충돌들

엄마가 돌아가셨다

집값 갚느라 채취생활

계획을 세우지 않아도

일과 놀이가 알아서 굴러가지만

마음은 언제나 널을 뛴다

갱년기도 오락가락

이제 다시는 바다를 그냥 바라볼 수 없게 되었다

모두 자기 삶을 견딘다

그리고 인간사 진퇴양난 다시 한 번 느끼고

촛불이 시작되고

 

-정정엽, 나의 작업실 변천사 텍스트 중에서-

 

<나의 작업실 변천사>1985년부터 2017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작업실의 변화를 중심으로 제작한 그림과 글이다. 정정엽 작가는 가로41cm 세로58cm의 반투명 종이 한 장에 1년의 기억을 담았다. 이 드로잉은 2005년에 제작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1985년의 기록에서부터 2004년의 기록은 2005년의 시점에서 제작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1985년의 기록에서부터 2004년의 기록은 2005년의 시점에서 소환되어 그려진 것이다. 이후 2005년부터 2017년까지는 매해의 기록이 차곡차곡 쌓인 것이다.

검정색과 붉은색 잉크로만 그려진 드로잉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과 생각들이 표현되지 않은 채 숨겨져 있을지 헤아려보았다. 그러나 결국 헤아릴 수 없었다. 표현되어진 것보다 표현되지 않았던 것들의 밀도가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드로잉에는 예측할 수 없었던, 어느 순간 지나가 버린, 잊히기도 한 삶에 대한 여운을 간직한 최소한의 흔적만 남아 있는 듯했다.

압축된 33장의 기록-33년의 기록이다-은 작품 제작과 관련된 내용 이외에 사회 변화와 개인사가 언급되어 특별하다라는 생각을 갖기보다는 친근하다고 여겨졌다. 미술대학을 졸업한 이후 작가의 길로 들어선 한 개인의 사회적·정치적 지향이 예술가라는 정체성과 만나 구체적인 삶으로 구현되는 과정을 엿보는 것 같았다. 드로잉의 내용에는 작업의 변화, 사회 현상, 가족을 이루거나 떠나보내는 사건, 전시회와 활동, 15번의 이사, 정착의 기쁨, 인생에 대한 통찰 등이 담겨있다.

 

작업실 변천사를 통해 작가가 공동체의 삶 속에 시민으로서, 특히 여성으로 존재하는 삶에 대해 비판적인 의식을 지니고 적극적인 참여를 시도해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작가는 전시기획자가 되기도 하였고 한국 현대미술을 기록하는 프로젝트를 위해 조력자 역할을 수행했다. 정해진 틀에 매이기보다는 주어지는 상황에 대해 창의적이고 지성적으로 활동했다. 캔버스 위에 그림으로 표현하는 창작뿐 아니라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디자인해 가는 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정정엽 작가의 <나의 작업실 변천사>는 꾸밈없고 소박한 것이 특징이다. 욕심 부리지 않고 툭툭 써내려간 1년 단위의 그림일기와 같다. 관람객은 정정엽 작가의 <나의 작업실 변천사>드로잉을 보면서 본격적인 예술작품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공감과 위로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상원미술관의 관객 참여 전시인 #쓸데없이아이처럼 두 번째 프로젝트인 정정엽 작가의 <나의 작업실 변천사 1985~2017>에는 표지 포함 34점의 드로잉과 작가 활동 초기부터 최근까지 작업한 회화 작품 중 일부가 전시된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나의 집 변천사>라는 제목의 관객 참여 전시가 동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작가가 먼저 그린 편안하고 자유로운 형삭을 본보기로 하여 사람들은 자신의 삶 변천사를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에 전시된 참여자들의 <나의 집 변천사>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다른 방문객들과 나누어 질 것이다.

관객 참여작을 통해 개인들의 개성적인 감성과 생각이 표현되리라 확신한다. 표현되지 않았기에 존재하지 않은 듯이 여겨졌던 삶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질 것이다. 전시장에는 자율적이며, 도달해야 할 목표가 없고 참견이나 평가가 없는 표현의 과정과 결과물이 들어차게 될 텐데 그 과정과 결과물의 집적은 은은한 감동을 일으킨다. 이 프로젝트에서 예술가의 작품은 참여자로서 관람객들이 표현하게 될 예술적 행위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 예술가는 창작하는 위치에서 향유하는 위치로, 관람객은 향유하는 위치에서 창작하는 위치로 잠시 자리바꿈을 한다.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이다. 반문이 필요 없으나 간혹 회의감을 일으키는 예술에 대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물론, 어떤 것이 살아 숨 쉬는 현장에서는 그것이 예술인지 아닌지의 정의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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